‘최초의 상업용 양자컴퓨터’ 어떻게 볼 것인가?

“캐나다 기업 ‘디웨이브’ 양자현상 이용 컴퓨터” 논문
본래 양자컴 개념과는 거리…‘실현’ 평가는 아직 일러


최근 캐나다 기업이 양자컴퓨터로 개발한 디-웨이브 프로세서가 양자역학 연산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논문이 발표됐다. 과연 상업용 양자컴퓨터의 시대로 들어서고 있는가?

00Dwave.jpg » 최초의 상업용 양자컴퓨터를 표방한 '디-웨이브 양자컴퓨터'. 출처/ D-Wave Systems  


시 세계에서 일어나는 기묘한 양자현상을 컴퓨터 연산에 활용해 연산 성능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꿈의 미래 컴퓨터인 양자컴퓨터는 마침내 상용화 시대에 큰 걸음을 내딛은 것인가?


캐나다 기업 ‘디-웨이브 시스템스’가 2007년 ‘상업용 양자컴퓨터’를 개발했다며 떠들썩하게 발표한 같은 이름의 컴퓨터를 둘러싸고 과연 진짜 양자컴퓨터냐 아니냐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돼 온 가운데, 최근인 6월 말 디-웨이브 컴퓨터의 연산 방식이 양자역학을 이용한 것이라는 분석 결과가 과학저널에 발표됐다.


논문은 권위 있는 네이처출판그룹(NPG)이 내는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6월28일치에 발표됐으며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 연구팀인 논문 저자들은 이 컴퓨터의 연산 방식과 성능을 분석해 ‘디-웨이브가 양자역학을 이용한 컴퓨터’라는 요지로 발표했다. 이 논문은 디-웨이브 프로세서에서 8큐비트(큐비트는 양자컴퓨터의 정보 처리 단위)를 사용해 평가했다. 현재 디-웨이브 최신 기종의 프로세서는 '512큐비트' 급이 개발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논문 “8큐비트 연산, 양자역학 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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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디지털 컴퓨터가 전자회로의 꺼짐과 켜짐을 0과 1로 이용하는 '비트'를 정보 처리 단위로 사용하는 데 비해, 양자컴퓨터는 두 상태가 중첩되는 양자계에서 0과 1에 해당하는 두 상태의 중첩을 '큐비트'라는 정보 처리 단위로 삼는다. 디-웨이브는 양자컴퓨터를 구현하는 여러 양자계의 방식 가운데 하나인 ‘초전도 조셉슨 소자’의 양자현상을 이용하는 컴퓨터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디-웨이브 프로세서에서 8큐비트를 이용해, 수학적 문제인 이른바 '최적화 문제'에 대해 이 프로세서가 고전물리 법칙에 따르는 연산을 하는지, 양자역학에 따르는 연산을 하는지를 검증했으며, 그 결과에서 이 프로세서의 연산이 전통적 방식과는 다르며 양자역학의 방식과 일치한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아래에서 '양자 어닐링(quantum annealing)'이라는 난해한 전문용어가 나오는데, 이는 함수에서 최저점 또는 최고점을 찾는 이른바 '최적화'라는 수학적 문제를 푸는 데 쓰인 방법의 하나로 이해된다. 논문에서는 기존 컴퓨터에서 유사하게 사용된 방법인 '모사 어닐링(simulated annealing)'을 이와 대비하고 있다. -글쓴이).


“양자 어닐링(quantum annealing)은 … 난해한 최적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쓰는 일반 전략이다. 분석과 수치 증거를 보면, 이상적인 닫힌 계의 조건에서 양자 어닐링은 모사 어닐링(simulated annealing) 같은 전통적 …알고리즘의 성능을 뛰어넘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번 연구에서 우리는 양자 어닐링과 일치하는… 실험적 신호를 제시한다. 이는 …양자 장치가 잡음과 불완전성을 극복하고 놀라운 견고성을 유지하며 양자 어닐링을 수행함을 보여준다.”(논문 초록 일부)


논문이 발표되자, 여러 해외 매체들에는 ‘최초의 상업용 양자컴퓨터 개발’ ‘네이처, 상업용 양자컴퓨터 인정’ 식의 보도가 잇따랐다. 과학저널 <네이처>도 7월3일치 기사에서 디-웨이브 시스템스의 주요 경영인을 심층 인터뷰 하는 기획보도를 하면서 이 기업이 여러 논란을 일으키면서도 양자컴퓨터의 새로운 방식을 개척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음은 매체들의 보도 일부이다.


<EEE 스펙트럼>, "디-웨이브 컴퓨터 칩의 양자역학 이용 연산을 과학자들이 확인하다"

"디-웨이브 칩의 검증 결과는 이 장치가 양자역학을 이용해 최적화 문제를 푼다는 것을 보여준다. 논문에 따르면, 일단 양자컴퓨터가 그 규모를 키워 충분한 프로세서 능력을 갖춘다면, 특정 문제를 처리하는 작업에서는 전통적 컴퓨터보다 훨씬 빠르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을 것이다."


<와이어드>, "구글 구매 양자컴퓨터, 진짜로 입증되다(거의)"

"구글이 한 대 샀고, 세계 최대의 방산업체인 록히드마틴도 한 대 샀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그들이 산 것이 무엇인지 의견일치를 이루지 못한다. 그 물건을 만든 기업인 디-웨이브는 그것을 세계 최초의 양자컴퓨터라 부른다...그러나 세계의 여러 전문가들은 다른 시각을 보이며, 디-웨이브는 과학계가 1980년대 중반 이래 찾아온 '컴퓨터의 성배'와는 다른 것이라고 주장한다. 확실히 그런 주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그러나 오늘 서든캘리포니아대학 연구자들은 디-웨이브가 실제로 양자컴퓨터임을 보여주는 데 훨씬 더 가까이 다가가는 논문 한 편을 발표했다. (연구팀은) 이 기계가 고전물리 법칙을 따르는 모사 어닐링으로 알려진 연산 모델을 사용하지 않으며 양자물리라는 속성을 사용한다는 것을 적어도 보여주었다고 말한다."



‘디-웨이브 양자컴퓨터인가’ 계속된 논란과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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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컴퓨터는 1985년에 이론적 가능성이 제시된 이래, 이를 구현하려는 여러 갈래의 연구가 진행되었고 핵자기공명 장치를 이용한 일부 모형들에서는 연구용 수준의 양자컴퓨터가 구현됐다. 국내에선 이순칠 카이스트 교수가 핵자기공명 장치를 이용한 연구용 양자컴퓨터를 만들어 발표한 바 있다.


반도체 전자회로의 켜짐과 꺼짐을 1과 0의 비트로 삼는 현재의 컴퓨터와 비교해, 양자컴퓨터는 0과 1의 두 상태가 동시에 존재하는 양자계의 '중첩' 현상을 이용해 연산의 방식과 속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전자, 광자, 핵(이온)처럼 양자 중첩이 일어나는 미시 세계를 제어해 연산장치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여러 갈래의 양자계를 양자컴퓨터의 하드웨어로 이용하려는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이론적으로, 양자컴퓨터는 기존 컴퓨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연산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것으로 기대돼 왔다.


하지만 관건은 연산에 활용하는 전자, 광자, 이온의 양자 중첩 현상을 안정적으로 제어할 수 있어야 하며, 이런 양자 중첩 상태의 정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양자계를 완전한 닫힌 계로 구성해 외부 환경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하고, 또한 앙자계 안의 정보를 바깥으로 정확하게 출력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조건들은 매우 까다롭기 때문에 범용 양자컴퓨터의 구현은 매우 어려운 도전으로 여겨진다.


이런 가운데 디-웨이브 시스템스가 2000년대 중반부터 새로운 방식으로 상업용 양자컴퓨터 프로세서를 개발했다고 발표하면서 양자컴퓨터 진위 논란이 벌어져 왔으며, 이번에 그 방식과 성능이 전통적 디지털 컴퓨터와는 달리 양자현상을 이용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논문이 발표돼 다시 주목받은 것이다. 현재 미국 록히드마틴과 구글은 디-웨이브 양자컴퓨터의 최신 기종을 매우 비싼 가격으로 사들였다.



진전된 평가, “양자컴퓨터 구현” 평가엔 신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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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웨이브의 성능 평가 논문이 나왔지만, 지금 단계에서 양자컴퓨터 시대가 구현됐다고 말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고 보는 분위기도 여전히 큰 것으로 보인다.


여러 매체들이 디-웨이브의 성능 평가 논문을 보도하고 있으나, ‘가능성이 있다’는 식의 표현(may 조동사 또는 almost 부사를 사용)을 쓰면서 확언 수준의 보도를 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예컨대 <와이어드> 보도에서는 여전히 의문의 시선을 보내는 전문가들의 평가도 함께 실려 있다. 또한 이번 논문을 낸 서든캘리포니아대학의 보도자료에서 논문 연구팀도 양자컴퓨터 성능을 단언적으로 설명하지 않는 점도 두드러지게 눈에 띈다. 보도자료는 "달리 말하면, 이 장치가 양자 프로세서로 작동하는 것으로 보인다(appears to be operating)", "실제로 이 칩이 대체로 기대한 만큼(largely as hoped) 성능을 수행했다"는 식의 표현을 여러 곳에서 사용했다. 다음은 보도자료에 실린 연구팀의 직접 인용문이다.


"우리 연구는 순수하게 물리적인 관점으로 볼 때 디-웨이브 프로세서의 정보 처리에서 양자효과가 제 기능의 역할을 한다는 것을 입증한 것으로 여겨진다(Our work seems to show that...)" (보도자료)


여러 매체 보도의 출발이 된 대학의 공식 보도자료는 양자컴퓨터의 시대를 선언하는 것인지 어정쩡해 보인다. 여러 자료를 살펴보면 결국에 "8큐비트가 사용되는 특정한 검증 문제를 이용해서, 우리는 디-웨이브 프로세서가 (최저 에너지의 해를 찾는) 최적화 계산을 수행하며, 이 프로세서가 양자 어닐링과 일치하며 고전적 어닐링이 예측하는 바와는 일치하지 않는 절차를 사용한다는 것을 입증했다"(보도자료)는 게 이번 연구의 핵심인 듯하다. 과연 양자컴퓨터 개발은 어느 수준에 이른 것일까? 국내 전문가들한테 이와 관련해 도움말을 구했다. 양자컴퓨터를 연구하는 국내 전문가들은 ‘디-웨이브 양자컴퓨터 상용화 시대’라는 표현을 하는 데에는 대체로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고등과학원의 김재완 교수는 양자정보 연구를 하는 과학자들 사이에서 캐나다 기업 디-웨이브가 공격적 경영과 과장 홍보를 하는 곳으로 알려져 왔다면서 “이번 논문은 이제 학자들의 검증을 받겠는 것인데 학술지에 나왔다고 해서 다 사실 또는 확인된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순칠 카이스트 교수도 “양자현상을 이용하는 쓸 만한 컴퓨터가 탄생했는데 물리학자들이 생각하고 이름 붙인 양자컴퓨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연구 논문이 그동안 논란이 된 디-웨이브 컴퓨터와 관련해 좀 더 진전된 분석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는 나름의 의미를 지닌다는 점은 인정했다(아래 한마디 참조).


여러 상황을 종합하면, 양자컴퓨터의 개념에 걸맞게 획기적 돌파구를 여는 발명과 발견에는 이르렀다고 보기는 힘들지만 특정한 문제풀이 연산에 양자역학을 활용하는 컴퓨터의 등장으로는 볼 수 있을 듯하다. 언제 될지는 모르지만 본격적 면모를 갖춘 양자컴퓨터의 시대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그동안 이룬 연구를 바탕으로 등장한 새로운 컴퓨터로 바라보는 게 지금으로선 적절해 보인다. 흔히 알려진 그런 양자컴퓨터의 면모와 디-웨이브가 구현한 양자컴퓨터의 면모에는 아직 큰 차이가 있다는 얘기로 들린다.


■ 국내 전문가 한마디

* 아래는 이번 취재과정에서 받은 김재완, 이순칠 교수의 이메일 답장을 일부 정리한 것입니다.



김재완 고등과학원 교수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실린 논문은 16큐비트에 관한 것인데, 양자 어닐링(quantum annealing)에 관한 양자컴퓨터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이고, 그러니 양자컴퓨터를 만들었다는 말은 아직 아닌 셈입니다. 또 512큐비트 양자컴퓨터는 사실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초전도체 방식은 여전히 양자컴퓨터의 방식으로 매우 유망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니 디-웨이브 시스템스에 대한 평가가 박하다고 해서 그 분야에 가능성이 없다라는 말씀은 아닙니다. 그리고, 중요하고 안타까운 점은, 우리나라에 초전도 소자 전문가들이 많이 있었는데 꽃을 못 피우고 사그라졌다는 것입니다. 비슷한 경우의 일본은 수십 년 째 초전도 소자 연구를 하면서 이제 양자컴퓨터 관련 연구로 큰 업적을 내고 있습니다.”



이순칠 카이스트 교수

“디-웨이브 컴퓨터는 그간 논란이 많았으며 이번 논문이 나온 뒤에도 논란은 계속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반론 중에는 이 컴퓨터가 고전물리 현상에 기초한 모사 어닐링(simulated annealing)을 하고 있다는 주장이 있었던 모양인데, 이번 논문에서는 적어도 그것은 아님을 보였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합니다. 특별한 문제에 대해 이 컴퓨터는 고전적인 컴퓨터보다 훨씬 더 빨리 결과를 내는 것 같으며, 그 이유가 양자 어닐링(quantum annealing)이라는 양자적 현상을 사용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것은 애초에 양자컴퓨터가 처음 제안될 때의 작동원리는 아닙니다. 그래서 물리학자들이 디-웨이브 컴퓨터는 최소한 ‘범용 양자컴퓨터’는 아니라고 말하는데 디-웨이브 쪽은 범용 양자컴퓨터로 발전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상황입니다. 정답은 아직 아무도 모릅니다. 그 전에는 의문을 제기하는 견해가 지배적이었으나, 쓸모가 있다는 주장과 근거가 계속 나오면서 양측 주장이 팽팽한 정도에 이르렀다고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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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참고할 자료]


이순칠, <양자컴퓨터>, 살림출판사, 2003

김재완, 양자 원리와 컴퓨터: 양자컴퓨터, 물리학과 첨단기술, 2012년 12월

임현식, 양자역학 원리를 이용한 컴퓨터 개발: 양자컴퓨터, 물리학과 첨단기술, 2008년 7/8월

디-웨이브 시스템스, 양자 프로세서 원리 설명자료 http://www.dwavesys.com/en/deep-dive.html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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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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