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인의 "논문 읽어주는 엘레강스 펜클럽"

생물학 연구의 모델동물인 ‘예쁜꼬마선충(별칭 엘레강스)’을 연구하는 다섯 명의 젊은 연구자들이 발생과 진화를 비롯해 생물학의 굵직한 주제를 담은 최신 논문을 소개한다. 실험실 안과 밖의 진지하고 유쾌한 소통을 시작한다.

간이 맞아 가까이, 너무 짜 멀리…소금과 생명체 맛의 '밀당’ 관계

'소금에 대한 생명체 반응' 최근 연구들


‘맛이 좋다’는 느낌은 그 음식물을 목구멍으로 삼키라는 본능적인 신호와 마찬가지다. 적당한 소금이 ‘좋은 맛’을 부르지만 지나친 소금은 ‘안 좋은 맛’을 부른다. 예쁜꼬마선충 연구를 중심으로 생명체와 소금의 관계에 대한 최근 연구를 살펴보자.

00salt.jpg » 소금. 한겨레 자료사진(2010, 곽윤섭)

이 글의 주제 논문


Chatzigeorgiou, Marios, et al. “tmc-1 encodes a sodium-sensitive channel required for salt chemosensation in C. elegans.” Nature 494.7435 (2013): 95-99.



름은 너무 햇살이 뜨겁거나 그렇지 않으면 지겹도록 비가 내리는 이중적인 계절입니다. 팥빙수나 수박, 냉면과 같은 시원한 먹거리가 생각나면서도, 뜨거운 보양식을 먹어야 할 것 같은 계절이기도 합니다. 공교롭게도 얼마 전에 지나간 초복은 ‘이열치열’이라는 단어를 생각할 수 없었던 습한 날씨였는데요. 그럼에도, 제가 지나치던 식당에서는 많은 분이 삼계탕을 드시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삼계탕을 그다지 좋아하는 편이 아니지만, 보통 이맘때쯤에 저도 한두 번쯤 먹게 되는 것이 연례행사처럼 된 것 같습니다.


영화 <집으로>에서는 삼계탕을 차려주신 할머니께 아이가 왜 닭을 튀기지 않고 물에 넣었느냐며 역정을 내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 장면을 보니 저도 어렸을 때 삼계탕이 왜 맛있는 건지 몰랐던 기억이 떠올라서 재미있었습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그 시절엔 나름 심각했던 딜레마가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제 고민은, 삼계탕에 소금을 과연 얼마나 넣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였습니다. 간을 적당히 맞춘다는 기준을 어렸을 적엔 몰랐기 때문이기도 하구요. 사실 그때 저는 뭐가 맛있는지를 모르니, 소금을 계속 넣다 보면 결국엔 맛있어지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러다가는 나중에 정말 먹기 힘들 정도의 소금국이 되어버린 적이 한두 번 있었습니다. 그런 경험을 한 뒤부터는 맛이 심심한 것 같아도 대충 만족하면서 먹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저의 삼계탕에 대한 기억은, 프루스트의 마들렌 비유와는 다르게 전혀 문학적이지 않았습니다. 인지과학에 대한 과학적 통찰력도 그다지 찾을 수가 없군요. 단지 간이 덜 된 음식은 심심하나마 먹을 순 있다, 그러나 지나치게 짠 음식을 먹는 일은 거의 고문에 가깝다, 정도의 교훈을 얻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조금 과장하자면, 저는 소금에 대한 의외의 통찰력을 발휘했는지도 모릅니다. 짠맛은 부족할 땐 맛이 심심한 듯 아쉬우면서도, 지나치면 도저히 먹을 수 없다고 느끼는 이중적인 감각이라는 것입니다.


늘 제가 소개해드릴 논문은 바로 이러한 짠맛이 만들어 내는 감각에 연구한 논문입니다. 적당한 소금이 ‘좋은 맛’이라는 감각을 환기하는 것에 대해선 비교적 잘 알려졌습니다. 여기에는 주로 ENaC이라고 불리는 단백질이 작용합니다. 그러나 지나친 소금이 ‘안 좋은 맛’이라는 것을 느끼는 것은 여태까지 거의 연구가 되지 않았던 부분이라고 하는데요. 흥미롭게도 올해 과량의 소금을 기피하는 반응에 대해 마우스, 초파리 그리고 예쁜꼬마선충에서 각각 한편씩 훌륭한 논문들이 발표되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예쁜꼬마선충 연구를 중심으로 생명체와 소금의 관계에 대해서 고찰해보고자 합니다. 



백색황금에서 인류의 적 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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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은 예전에는 백색황금이라는 명칭을 들을 정도로 역사상 아주 귀한 물질이었다고 합니다. 그런 흔적을 여러 가지 비유나 속담에서도 찾을 수 있는데요. 봉급을 뜻하는 ‘salary’의 어원도, 고대 로마에서 병사들에게 소금으로 봉급을 주었다는 뜻의 salarium이란 단어에서 온 것이라고 합니다.


러나 현재 소금은 예전의 가치를 전혀 발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우선 소금의 대량생산이 쉽다는 점일 것입니다. 원시인류가 소금을 생산하기 시작한 시점은 약 5000여 년 전이라고 하니, 소금이 인류의 역사와 그 흐름을 같이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실제로 단지 맛의 문제가 아니라, 염장을 통한 음식물의 장기 보관을 가능하게 했다는 점은 소금이 문명과 밀접한 관련성을 가지게 된 이유가 된다고 합니다.


현재 상황은 전혀 달라져 있습니다. 소금을 많이 넣은 음식은 단지 맛이 없다는 이유로 외면받는 것이 아닙니다. 잘 알려졌듯이 나트륨의 과다섭취는 당뇨병이나 심혈관계 질환 등의 다양한 질병 원인이 됩니다. 현대 의학의 발전과 더불어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우리는 비로소 소금이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는 적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흔히 한국인의 식습관이 나트륨 과다섭취의 큰 원인으로 지목되곤 합니다. 나트륨 과다섭취에 의한 문제가 전 세계적인 이슈인 것을 보면, 실제로는 소금의 대량생산으로 말미암은 저가 공급이 과다섭취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합니다. 어쩌면 소금이 단순한 음식 재료가 아닌 문화의 한 부분으로 사용되었던 것이 더 근본적인 이유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현재 소금은 단순히 인류의 적이기만 할 뿐일까요?

인간이 소금을 생산하는 유일한 동물이지만, 모든 생물체들에서 염화나트륨은 필수적인 역할을 합니다. 실제로 인간을 포함한 여러 동물들에서 나트륨 결핍이 생기면 여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본능적인 행동이 나타난다는 보고들이 많이 있습니다. 여기에 우리가 진화적으로 짠맛을 느끼게 된 이유가 놓여 있습니다.



맛에 대한 분자생물학적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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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맛을 느끼는 기작은 너무나 다양합니다. 미각뿐 아니라 후각, 통각 등을 통해 음식 특유의 향과 먹는 느낌을 종합적으로 인지하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눈으로 보는 즐거움도 무시할 수 없겠죠. 그래서 요리는 종합예술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미각이 어떻게 혀를 통해 뇌에서 처리되는지 그 과정을 알려면, 결국은 분자, 세포 수준으로 환원해 보아야 합니다. 그래서 요리는 또한 과학이기도 합니다.


기본적인 미각은 쓴맛, 단맛, 신맛, 쓴맛, 그리고 비교적 최근에 알려진 우마미(umami)라는 감칠맛, 총 다섯 가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혀의 맛봉오리에는 미각을 인지하는 다양한 감각신경이 분포하고 있습니다. 이들 세포에서 발현하는 각각의 수용체들이 특정 분자들을 인지할 때가 바로 우리가 맛을 느끼는 순간입니다. 즉, 특정 감각신경의 수용체들은 주로 단일한 분자들에 반응하여 그 활성을 나타냅니다. 예컨대 초콜릿의 경우, 그 맛이 달콤쌉싸름 하다고 표현하지만, 그 정체는 설탕이 내는 단맛과 카카오가 내는 쓴맛으로 구분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체는 일반적으로 단맛과 감칠맛에 호의적인 반응을 나타냅니다. 이에 반해 쓴맛과 신맛에는 거부 반응을 나타냅니다. 단맛과 감칠맛의 경우, 보통 그 근원이 우리 몸에 필요한 물질들, 즉 주요 영양소들입니다. 단맛은 탄수화물의 표지(marker)인 당(sugar)이 입안에 들어 있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맛이 좋다는 느낌은 그 음식물을 목구멍으로 삼키라는 본능적인 신호와도 마찬가지인 것이죠.


감칠맛은 아미노산 중 하나인 글루탐산을 단백질의 표지로서 느끼는 것입니다. 흔히 안 좋게 생각하는 엠에스지(MSG)는 모노 소듐 글루탐산을 뜻하며, 자연에서 섭취할 수 있는 고기 성분에도 들어 있습니다. 최근에는 인식이 많이 바뀌고 있는 것 같은데, 실제로 화학 조미료가 무조건 해롭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해입니다. 자연적으로 나오는 글루탐산 성분과 화학 조미료에 있는 성분은 분자적으로 동일하기 때문입니다.


거부 반응을 나타내는 쓴맛과 신맛은 자연에 존재하는 독소의 표지로서 우리 몸이 인지하는 것입니다. 단맛을 내는 모든 물질이 몸에 좋은 것이 아니고, 쓴맛이 반드시 우리 몸에 독소로 작용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일반적인 관점에서 그렇다는 것이죠. 진화생물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입에 쓴 것이 몸에 좋다’보다는,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가 더 정확한 속담이란 생각도 듭니다. 이런 이유로 단맛과 감칠맛은 그 농도에 크게 상관없이 대체로 생물체에 호의적인 반응을 나타냅니다. 쓴맛과 신맛 역시 농도에 상관없이 생물체에게 혐오 반응을 이끌어 냅니다.


짠맛은 그와 달리 농도에 따라 전혀 다른 두 가지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쥐 행동 실험에서 100 밀리몰라(mM, 농도 단위) 이하 농도의 염화나트륨은 호의적 반응을 이끌어내고, 300 밀리몰라 이상의 농도에서는 혐오 반응을 이끌어 냅니다.


그 이유는 염화나트륨이 생물체에 필수적이지만 과량일 때에는 문제를 일이키기 때문입니다. 예쁜꼬마선충에서도 250 밀리몰라 이상의 염화나트륨을 한 쪽에 뿌려주면 그 반대 방향으로 선충들이 도망가려고 합니다. 쥐와 선충의 입맛은 서로 다를 텐데, 각자 싫어하는 소금의 정도가 비슷한 것은 흥미로운 사실입니다.



특정 유전자 망가진 선충, 짠맛 못 가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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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 브레너가 예쁜꼬마선충 연구를 처음 시작했던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의 연구소엔 지금도 예쁜꼬마선충을 연구하는 학자가 있습니다. 그곳에서 윌리엄 섀퍼(William Schaffer) 교수는 예쁜꼬마선충에서 물리적 자극에 대한 신경회로 연구를 꾸준히 수행해 왔습니다. 따라서 섀퍼 연구팀이 예쁜꼬마선충의 나트륨 감각에 대한 논문을 발표한 건, 저로서는 처음엔 약간 의아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논문 초록을 읽자마자 바로 이해가 되었습니다. 이 논문은 그의 연구팀이 예쁜꼬마선충 내에서 TMC(Transmembrane channel-like)라고 명명된 단백질, 즉 tmc 유전자를 연구한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TMC 단백질 또는 tmc 유전자는 인간과 쥐에서 청각 기능에 관련되어 있다는 것이 알려져 있었습니다. 청각은 공기를 통해 전해지는 음파를 감지해내는 물리적 감각입니다. 하지만 현재까지 tmc 유전자의 자세한 기능은 밝혀져 있지 않았습니다.

예쁜꼬마선충 연구 분야에서는 학술 용어로 ‘단백질’의 이름은 대문자로,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암호인 ‘유전자’의 이름은 소문자 이탤릭체로 씁니다. TMC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는 tmc로 표기합니다.


00taste1.jpg » 그림1. tmc-1의 발현패턴, 화살표는 ASH 신경세포. 출처/ Chatzigeorgiou, Marios, et al (2013), 이 글의 주제 논문. 이하 동일. 마도 섀퍼는 기존의 다른 연구들에서 밝혀진 tmc가 선충에서도 비슷한 역할을 하는지, 또한 tmc가 물리적 자극을 받아들이는 데 직접 작용을 할 수 있는지 궁금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tmc 유전자가 선충에서도 청각 기능에 관련돼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기 힘들겠지만요. 다른 생명체 시스템에서 기능이 밝혀진 유전자라 할지라도 선충에서도 보존돼 있는지, 또 보존돼 있자면 어떤 다른  기능에 관여하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하나의 좋은 연구 방향입니다. 만약 보존되어 있다면 단순한 신경계 수준에서 그 역할을 살펴볼 수 있으니, 좀 더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림 1 사진에서 tmc의 일종인 tmc-1 유전가가 발현하는 신경세포들을 볼 수 있습니다. tmc-1은 다양한 신경세포들에서 발현하는데, 이중 물리적 자극을 인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건 오직 ASH 신경 하나뿐입니다. ASH 신경은 일종의 ‘위험 감지 신경세포’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선충 머리 앞 쪽에 가해지는 물리적 자극이나 유해한 금속(예컨대 구리이온), 고삼투압 상태 등을 인지해 선충이 뒤쪽으로 물러나 도망가게 하는 반응을 이끌어내는 신경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림 2를 보시다시피 tmc-1 돌연변이 개체는 물리적 자극이나 구리에 대해 야생형과 전혀 다르지 않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잘 된 실험이라는 가정에서 얻어진 이런 결과에서 연구자는 다음 같은 결론을 내릴 수 있습니다. 첫째, tmc-1은 ASH 기능에 크게 중요한 유전자가 아니다. 둘째, tmc-1은 ASH 신경이 아닌 다른 신경에 중요한 작용을 한다. 셋째, tmc-1은 여태까지 밝혀지지 않은 새로운 ASH 기능에 중요할 것이다.

00taste23.jpg » 그림2(왼쪽): tmc-1의 물리적 반응과 염화구리에 대한 반응. 그림3: tmc-1의 고농도 염화나트륨 회피 반응.

은 쉽지만, 특히 세 번째 결론에 대한 실험 결과를 얻는 것은 거의 ‘맨땅에 헤딩하기’와 비슷한 수준의 시행착오가 있었을 거라 생각됩니다 (그러나 그러한 과정들은 대개 논문에 실리지 않는 내용입니다. 과학학술지의 원고 형식은 논리정연 하며 간결하게 설명되어야 하기 때문이니까요). 연구자들이 찾은 새로운 ASH의 기능은 250 밀리몰라 이상의 고농도 나트륨에 대한 회피 기작이었습니다. 250 밀리몰라 이상의 고농도 나트륨은 선충 내부의 삼투압 유지에 문제를 일으키는 위험한 환경입니다.


그림 3에 나타난 회피지수(avoidance index)는 염화나트륨이 있는 지점에서 얼마나 선충들이 잘 도망갈 수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tmc-1 돌연변이 개체는 야생형 개체와 비교하면 그 수가 절반 이하로 떨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추가 실험들을 통해 tmc-1의 염화나트륨 반응에 대한 기능이 ASH 신경세포 하나에만 중요하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tmc-1이 필요한지, tmc-1으로 충분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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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도 말씀드렸듯이 ASH 신경세포는 외부 환경을 인지하는 감각신경입니다. 그렇다면 선충이 ASH를 통해 고농도의 염화나트륨을 인지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각신경이 외부 환경을 인지하는 과정은 어떻게 일어나는 걸까요? 신경세포의 정보전달은 전기신호를 통해 일어난다는 것을 안다면 그 답은 쉽습니다. 특정 외부환경이 감각신경의 전기적 성질을 변화시켜, 이를 통해 감각신경은 하위에 있는 신경회로에 그 정보를 전달해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잘 알려졌듯이 신경세포의 전기신호는 (+) 전하를 띄는 나트륨과 칼슘의 농도 변화로 이루어집니다.


특히 선충의 신경세포 활성도를 잴 때 주로 칼슘 자체의 농도를 측정합니다. 본 연구자들은 칼슘의 농도를 재기 위해 카멜레온이라는 이름의 단백질을 사용했습니다. 카멜레온은 형광을 내는 부분과 칼슘 이온이 달라붙을 수 있는 부분을 함께 가진 단백질입니다. 칼슘 이온이 달라붙으면 카멜레온에서 발현하는 형광 빛이 변화합니다. 변화하는 형광의 세기를 측정하여 칼슘 농도의 변화를 측정하는 원리입니다.


00taste4.jpg » 그림4. 염화나트륨에 대한 ASH 신경의 칼슘 이미징. 이 연구에서는 이 카멜레온 단백질을 ASH 신경에 발현시켜 주었습니다. 그림 4에서 보는 것처럼 염화나트륨을 선충에 흘려주기 시작했을 때(하늘색 영역) ASH 신경 내의 카멜레온 단백질의 형광 신호가 증가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에 반해 tmc-1 돌연변이 개체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tmc-1 유전자가 행동 수준만이 아니라 세포의 신경 활성 수준에서도 중요하다는 것을 밝힌 것입니다.


중요하다는 말은 어찌 보면 모호한 부분도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떤 사실들의 인과관계를 따질 때 논리학에서 필요조건과 충분조건의 개념을 따져야 하는 것처럼, 유전학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쉽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tmc-1이 돌연변이가 되어 망가지면 ASH 신경세포의 염화나트륨 회피 반응이 사라진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적어도 tmc-1이 ASH 신경세포의 기능에 ‘필요’한 조건이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tmc-1이 염화나트륨 회피 반응에 ‘충분’한 조건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충분’하다고 하려면, 그 유전자가 충분조건이 그 유전자가 다른 유전자의 도움 없이 그 유전자 단독으로 하는 상황이어야 합니다. 사실 생물학에서 특정 유전자가 충분조건으로 작동하는 것은 흔한 일은 아닙니다.  


00taste5.jpg » 그림5. 염화나트륨에 대한 ASK 신경의 칼슘 이미징. 이 연구에서는 tmc-1을 전혀 염화나트륨 회피 반응과 관련이 없는 세포인 ASK에서 발현시켜 주었습니다. 그림 5에서 보이는 것처럼 야생형에서는 나트륨의 처리에도 아무런 반응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여기서 ASK에 tmc-1을 발현시키는 것만으로도, 나트륨에 의한 신경이 활성화가 유도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tmc-1이 적어도 ASK 신경세포에서는 나트륨 반응에 대한 충분조건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TMC-1은 나트륨 자체에 반응하는 채널단백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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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결과들은 간단하게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 “TMC-1 단백질은 ASH 신경에서 예쁜꼬마선충의 고농도 나트륨 인지에 중요하다.”


제가 예전에 랩미팅에서 이 논문을 정리해 발표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연구실 사람들에게서 가장 많이 나왔던 질문은 ‘<네이처>에 실릴 정도로 이 논문이 지닌 임팩트가 무엇일까’였습니다. 아마도 이 논문의 논리적 흐름이나 방법적인 측면에서 다른 네이처 논문들에 비해 덜 새롭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제 생각에 TMC-1이 채널 단백질이기 때문이라는 점이 이 논문에서 중요한 내용일 것 같습니다.


널 단백질은 이온들이 세포막을 통과하는 일종의 통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평소에는 닫혀 있다가 특정 신호를 인지하면 채널 단백질이 열립니다. 전하를 지닌 나트륨, 칼슘 이온들이 세포 내부에 쌓이게 되면 신경세포의 활성이 올라가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TMC-1은 나트륨을 직접 인지하여, 그 통로를 열어주게 되는 걸까요? 혹시 다른 단백질이 나트륨을 인지하여 TMC-1에게 신호를 전달해주는 것은 아닐까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논문의 공동저자인 고려대 황선욱 교수 연구팀에서 진행하였습니다.

채널 단백질은 이온들이 세포막을 통과하는 일종의 통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평소에는 닫혀 있다가 특정 신호를 인지하면 채널 단백질이 열립니다.

00taste66.jpg » 그림6. (왼쪽)TMC1 발현된 CHO 세포주에서 voltage-clamp 전류 측정. (오른쪽)농도에 따른 TMC1 채널의 활성 변화.

채널 단백질을 연구할 때 주로 사용하는 방법은 이종숙주 발현(heterologous system)입니다. 전기적인 특성을 살펴보려면 전극을 세포에 직접 꽂아야 하는데, 예쁜꼬마선충의 세포는 너무 작습니다. 따라서 다루기 쉬운 세포주에서 TMC-1을 발현시켜서 실험을 진행하였습니다. 그림 6 왼쪽을 보면 대조군 실험인 만니톨(mannitol)이나 포도당(glucose)과는 달리 오직 염화나트륨만이 TMC-1 발현 세포의 전기 신호를 만드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는 나트륨이 TMC-1 채널의 문을 여는 신호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림 6 오른쪽의 그림을 보면, 나트륨이 TMC-1의 문을 열려면 200 밀리몰라 이상의 높은 농도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즉, TMC-1은 적당한 짠 맛에는 반응하지 않고, 아주 짠 맛에만 반응하는 채널 단백질입니다.



집밥이 그리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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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을 잘 맞춘 음식이 맛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선 소금이 많이 들어간 음식은 워낙 맛이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생명체는 이런 음식을 TMC-1/tmc-1과 같은 정교한 생물학적 기작을 이용해 본능적으로 싫어합니다. 그런데 왜 소금에 대한 미각 자체는 정교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걸까요? 또 사람마다 소금의 양에 대한 선호도가 다르기도 하고요. ‘미국 내 소금 섭취를 줄이기 위한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어느 정도 범위 내의 소금에 대한 선호도는 본능이 아닌 학습에 의해 많은 영향을 받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평소 먹던 정도의 간을 맞춘 음식이 더 맛있게 느껴 질 수 있는 것이죠. 반대로 오히려 음식을 점점 짜게 먹게 되는 것도, 자꾸 먹게 되면 어느새 그 느낌에 적응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흥미롭게도 예쁜꼬마선충에서도 어떤 환경을 겪느냐에 따라 좋아하는 소금의 농도가 달라진다는 연구 결과들도 있습니다.


무런 생애 경험이 없는 순진한 선충들은 낮은 농도의 소금을 좋아해서, 그쪽 방향으로 이끌리는 주화성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만약 애초에 선호하던 소금 농도에서 밥을 오랜 동안 굶는다거나, 다른 나쁜 물질을 함께 놓아주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처음엔 좋아하던 신호에서 피해야 하는 신호로 바뀌었던 것이죠.


혹시 선충에서 이러한 변화가 일어날 때, TMC-1 단백질에도 변화가 생기는 것은 아닐까요? 원래는 높은 농도의 소금에만 그 문을 열어 주었던 TMC-1이, 위와 같은 학습을 통해 낮은 농도의 소금에도 반응하게 되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는 후속 연구가 될 것 같습니다.


선충의 소금 선호도 실험은 프루스트가 예언한 일종의 연상기억(associative learning)에 대한 모델로서 많은 연구가 이뤄져 왔습니다. 이 현상에는 도파민, 세로토닌과 같은 다양한 신경전달 물질이 작동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의 머릿속에는 선충보다 더 복잡한 시냅스들이 존재합니다. 무언가를 먹는 것은 단지 살기 위해서만이 아닌, 무언가를 기억하기 위한 목적도 함께 있는 것 같습니다.


누구나 어머니가 해주시는 소박한 집밥의 맛을 조금씩 기억하고 있을 겁니다. 픽사의 애니메이션에서도 이와 비슷한 장면을 볼 수 있었습니다. 악명 높았던 깐깐한 요리평론가의 마음을 녹였던 음식은, 소박하지만 어린 시절의 기억을 되살리게 한 ‘라따뚜이’라는 요리였습니다.



누구나 과학을 할 수 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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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따뚜이>는 음식에 관련된, 제가 봤던 가장 인상 깊었던 영화였습니다. 요리에 소질이 있는 한 생쥐가 요리사로 성장하는 이야기입니다. 그는 우연히 광고에서 본 한 유명 요리사의 ‘누구나 요리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는 그 꿈을 가슴에 품게 됩니다. 말도 안 되는, 동화 같은 이야기지만 열정 앞에서 편견은 장애가 될 수 없다는 단순한 진리를 일깨워주기도 합니다.  영화에서는 생쥐에 대해 질색하던 사람들이 직접 요리를 하는 과정을 보게 되며 점차 신뢰를 하게 됩니다. 하지만 편견은 무지에서 나온다는 말이 있듯이, 아무런 과정을 모르는 상태에서 나오는 반응들이 충분히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실제로 식당에 생쥐가 나온다면 저라도 위생 문제나, 식중독에 대한 두려움을 가질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러고 보면 위험한 먹거리에 대한 두려움은 본능적인 것 같습니다. MSG에 대한 오해도 그렇고, 소금도 그렇습니다. 저 역시 소금은 적게 먹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적게 먹어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식당 메뉴판에서 평균적인 나트륨 함량을 알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다 보면 적당히 심심하게 먹게 되어, 이 정도가 맛있는 거라는 연상 기억이 생길지도 모르겠습니다.


리 몸에 대한 문제에 대해, 불안함을 느끼기보다는 필요한 정보를 좀 더 즐겁게 아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결국은 사람을 향해서 연구하는 생물학 기초 연구가 그런 부분에 기여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누구나 요리할 수 있다’는 말처럼, ‘누구나 과학 할 수 있다’는 말이 언젠가 그리 어색하게 들리지 않았으면 합니다. 사실은 제가 이런 글을 쓸 수 있는지 부끄럽기도 합니다. 단지 실험실에서만 과학적으로, 이성적으로 사는 것이 아닌지. 실험의 결과와 자연의 진리 앞에 비로소 저의 아집을 내려놓게 되는 겸손함과 이성을, 실험실뿐만 아니라 삶 속에서도 가지고 싶습니다.


그밖에 참고한 문헌


  • Henry, Jane E., and Christine L. Taylor, eds. Strategies to reduce sodium intake in the United States. National Academies Press, 2010. 
  • Hukema, Renate K., Suzanne Rademakers, and Gert Jansen. “Gustatory plasticity in C. elegans involves integration of negative cues and NaCl taste mediated by serotonin, dopamine, and glutamate.” Learning & Memory 15.11 (2008): 829-836.
  • Zhang, Yali V., Jinfei Ni, and Craig Montell. “The Molecular Basis for Attractive Salt-Taste Coding in Drosophila.” Science 340.6138 (2013): 1334-1338.
  • Oka, Yuki, et al. “High salt recruits aversive taste pathways.” Nature 494.7438 (2013): 472-475.


최명규 서울대 생명과학부 박사과정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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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규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유전과 발생 연구실, 박사과정
선생님과 동료들 덕분에, 과학을 해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초짜 과학도입니다. 제가 하는 일이 오직 저 한 사람 재밌고 행복한 일이 아니었으면 합니다. 과학이 단지 편리한 세상만이 아닌, 좋은 세상을 만드는 일보 전진이면 좋겠다고 소망합니다.
이메일 : mgm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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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문 읽어주는 엘레강스 펜클럽이대한 | 2014. 12. 22

    다우어 유충의 춤사위, '닉테이션' <꽃들에게 희망을>이라는 동화에서 애벌레들은 서로를 타고 넘으며 거대한 탑을 만들어 냅니다. 애벌레들은 탑 꼭대기에 무언가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처절하게 꼭대기를 향해 기어오르죠. 실제로 야생에...

  • 잠자는 1mm 꼬마선충, '꿈'이라도 꾸는 걸까?잠자는 1mm 꼬마선충, '꿈'이라도 꾸는 걸까?

    논문 읽어주는 엘레강스 펜클럽최명규 | 2014. 10. 06

    잠의 생물학잠을 자는 동안 신경들이 제각기 활성화하는 것을 보면, 이 현상은 예쁜꼬마선충에게 일종의 꿈이 아닐까 하는 상상을 하게 됩니다. 꿈은 프로이트 이후에 무의식과 욕망의 발현이라고 여겨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많은 부분을 모르고 있...

  • 마음의 작동을 보는 '신경망 시각화 기법' 어디까지마음의 작동을 보는 '신경망 시각화 기법' 어디까지

    논문 읽어주는 엘레강스 펜클럽이대한 | 2014. 09. 15

    '신경세포와 그 작동을 보다'칼슘은 우리 몸에서 뼈를 튼튼하게 만들어주는 기본 원소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칼슘의 중요한 쓰임새는 그뿐이 아닙니다. 칼슘은 신경망에서 정보를 처리하는 매개 물질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

  • 바이러스와 인간, 경쟁과 공존의 경계에서 만나다바이러스와 인간, 경쟁과 공존의 경계에서 만나다

    논문 읽어주는 엘레강스 펜클럽성상현 | 2014. 08. 12

    인간유전체 속에 숨어 있는 바이러스의 비밀생명과학기술이 고도로 발달한 현대에도 인간은 바이러스에 끊임없이 시달리고 공격받고 있습니다. 인간은 바이러스를 정복할 수 있을까요? 이번 글에서는 단순한 질병학을 넘어 바이러스와 인간 사이에 벌...

  • '길들여짐'의 슬픈 유전학'길들여짐'의 슬픈 유전학

    논문 읽어주는 엘레강스 펜클럽최명규 | 2014. 07. 07

    '실험실의 모델동물'사실 작물 재배나 목축을 통해 사람이 다른 생물의 유전체에 인위적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은 인류 역사에서 아주 흔한 일입니다. 그런데 목축업자가 아닌, 생물학자들도 그런 일을 하고 있었던 겁니다. 실험실에서도 비슷한 종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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