찻잔의 찻잎, 표면장력 타고 물주전자로 오르다

마테차 만들던 쿠바 대학생의 기이한 현상 관찰이 연구 발단

“깨끗한 물 흐르면서 생기는 표면장력 차이 때문에 역류발생”


00matetea.jpg » 마테차를 만드는 과정. 마테찻잎과 1센티미터 떨어진 높이에서 뜨거운 물을 붓는 동안에 마테찻잎 조각들이 물줄기를 타고 거슬러 올라 물주전자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출처/ Sebastian Bianchini et al.,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A (2013).


“찻잔에 주전자 물을 부을 때 잔에 있는 물질이 주전자 안으로 역류하지 않으리라는 건 자명하다. 마찬가지로 피펫으로 배양접시에 화합물을 넣을 때 접시 안 세포들이 (피펫 안의) 화합물 공급원을 오염하지는 않으리라고 당연히 여겨진다. 이 연구에서 우리는 이런 예상과 달리 부유 입자가 아래로 향하는 중력보다 더 큰 힘으로 빠르게 역류해 물이 흘러나오는 저장소를 오염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논문의 들머리)


에 뜬 작은 입자들이 흐르는 물을 거슬러 올라갈 수 있음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관찰과 시뮬레이션 연구결과가 나왔다.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물에서는 떠다니는 입자도 낮은 곳으로 흐른다는 게 직관적 상식이지만, 이와 달리 특정한 조건에서는 입자들이 물이 흐르는 방향을 거슬러 몇 미터까지 역류하는 것으로 관찰됐다. 연구팀은 이런 신기한 현상이 물의 표면장력 차이에서 비롯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쿠바 아바나대학과 미국 럿거스대학의 물리학 연구팀은 최근 영국 학술지 <왕립학회보 A(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A)>에 “떠다니는 입자들의 역류 오염”이라는 제목으로 낸 논문에서 “부유 입자들이 1 센티미터 높이로 떨어지는 물을 역류할 뿐 아니라 적어도 몇 미터나 되는 수로를 역류해 이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들은 “깨끗한 물을 경사진 수로를 따라서 방류해 부유 입자(찻잎과 분필 입자)로 오염된 낮은 저수조 안으로 흘리는” 실험을 벌였다. 


이런 현상은 오염된 물 쪽으로 흐르는 깨끗한 물의 표면에서 표면장력이 서서히 약해지며 변화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연구자들은 설명했다. 연구자들은 논문에서 “우리는 위쪽과 아래쪽 저수조에 표면활성제를 넣는 방식으로 역류 오염이 물의 표면장력 차이 때문에 생긴다는 가설을 확인하고자 했다. 예상대로 위쪽 저수조에다 소량의 표면활성제를 넣자 역류 오염 현상은 사라졌다”고 밝혔다. 아래쪽 저수조에선 표면활성제를 넣자 역류 오염을 일으키는 표면층이 일시적으로 확장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여러 조건의 실험과 컴퓨터 시뮬레이션의 비교분석을 통해, 연구자들은 순수한 물에서는 표면장력이 강하지만 입자들이 떠 있는 물 쪽으로 흐르면서 표면장력은 점차 약해져 흐르는 물의 위쪽과 아래쪽의 표면장력에 차이가 생긴다는 사실을 밝혔다. 또한 이때에 떠 있는 입자들이 표면장력이 큰 쪽으로 이끌리면서 결과적으로 역류하는 현상이 나타났다는 결론을 얻었다. 물 표면에서 일어나는 수평류(advection)이다. 연구팀은 ‘표면장력이 부유 입자를 물이 흐르는 방향의 반대쪽으로 밀어낼 정도로 그렇게 크다고는 생각지도 못했다’고 말했다(<사이언스 뉴스>).


물 표면에 나타나는 이런 작지만 신기한 현상에 5명 연구자들이 공동저자로 참여한 배경도 흥미롭다. 이 연구의 발단이 된 것은 논문의 제1저자(Sebastian Bianchini)가 쿠바 아바나대학 학부생(물리학)이던 2008년에 마테차(mate tea)를 준비하다가 얻은 작은 관찰의 결과였다. 연구자들은 그 발단을 논문에 이렇게 묘사했다.


“직관에도 반하는 이 현상은 애초에는 뜨거운 물을 찻잎들이 담긴 찻잔에 부어 마테차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관찰됐다. 찻잔 안 찻잎에 1 센티미터 이내로 가깝게 대고 뜨거운 물을 부는 동안에 떠 있던 잎들이 찻잔에서 주전자 안으로 이동하는 것이 발견됐다.”


00matetea2.jpg » 간단한 실험 장치를 보여주는 그림과 실험에 나타난 물 표면의 흐름. 출처/ Sebastian Bianchini et al.,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A (2013). 과학매체인 <사이언스 뉴스>와 <파퓰러 사이언스>의 보도를 보면, 이런 기이한 역류 현상은 아바나대학에 있는 물리학자한테 전해졌고 물리학자와 학생은 실험 연구를 거쳐 이 현상을 설명하는 연구 결과를 어느 정도 얻었다. 그러나 주변에서 믿기 힘들다는 회의적 반응이 워낙 커 정식 논문까지 출판하지는 못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아바나대학 물리학자가 지난해 미국 럿거스대학 물리학자를 만나면서 새로운 연구 협력자를 얻었고, 5명 연구자들은 본격적인 실험과 연구를 시작했다. 꼼꼼한 실험 설계와 시뮬레이션 분석이 동원됐다.


부유 물질이 물의 표면장력 차이가 큰 곳에서는 역류할 수 있다는 새로운 사실이 획기적인 발견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이 쉽게 설명할 수 없는 기이한 자연현상을 집요하게 관찰했으며 그 기이함을 설명하는 가설을 끈질기게 확인하는 연구를 벌였다는 점은 이들의 연구를 돋보이게 한다. 대단하지는 않지만 실용적인 이득도 있다고 한다. 연구자들은 이번 연구결과가 실험실 도구인 피펫을 혹시라도 재사용할 때 이런 역류 오염의 가능성이 생길 수 있으며 자연환경에서도 오염 물질이 물 흐름의 반대 방향으로 역류할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 논문의 초록이다.


“떠 있는 입자들이 물의 표면 거동에 강한 영향을 준다는 것은 적어도 1880년대 레이놀즈(Reynolds)와 마랑고니(Marangoni)의 연구 이래로 잘 알려진 사실이었다. 입자-유체의 상호작용과 관련한 연구는 마이크로유체학(microfluidics)이나 세포 형태형성(cellular morphogenesis)부터 콜로이드 동역학(colloidal dynamics)과 자기조립(self-assembly) 분야에 이르기까지 현대의 여러 응용 분야에서 지속하고 있다. 이번에 우리는 깨끗한 물을 경사진 수로를 따라 부유 입자로 오염된 낮은 저수소 쪽으로 흘리는 단순한 실험 하나에서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나타났음을 보고하며 분석한다. 놀랍게도 부유 입자들은 1 센티미터 높이로 떨어지는 물을 거슬러 오를 뿐 아니라 적어도 몇 미터나 되는 길이의 수로를 역류했다. 우리는 실험과 시뮬레이션을 통해서 이런 역류 오염이 역설적이게도 깨끗한 물의 흐름 때문에 추동된 것임을 확인한다. 깨끗한 물은 부유 입자의 운동을 지속시키는 표면장력의 차이(gradient)를 형성한다. 우리는 또한 일반 피펫의 방류나 거대 규모의 수로로 폐수를 방류할 때와 같은 실제 응용 분야에서도 오염이 일어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논문 초록 번역)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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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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