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대중-자신을 비판적 성찰하는 과학저널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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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과학저널리스트연맹(WFSJ) 베사 니니칸가스 전 회장  

과학저널리즘을 말하다

00vesa5.jpg » 핀란드의 과학저널리스트이자 세계과학저널리스트연맹(WFSJ) 전 회장인 베사 니니칸가스


계 과학저널리스트 회의(WCSJ)의 제8차 대회가 6월24~28일 핀란드 헬싱키대학에서 세계과학저널리스트연맹(WFSJ) 주관으로 열렸다. “전환기의 과학과 미디어: 공론장에서 비판적 질문 던지기(Science and media in transition: Critical questioning in the public sphere)”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대회에는 77개국에서 800명 넘는 직업·프리랜스 저널리스트, 과학커뮤니케이터, 과학자 등이 참여했다.


사투 리포넨(Satu Lipponen) 대회조직위원장과 함께 이번 대회를 이끈 베사 니니칸가스(Vesa Niinikangas) 연맹 회장을 대회가 진행 중인 27일 낮 12시50분부터 1시간30분가량 동안 헬싱키대학 식당에서 한국 기자 4명이 통역의 도움을 받아 인터뷰했다(대회 폐막과 함께 '전임 회장'이 됐다). 문화학 잡지의 편집장으로 오래 활동했으며 지금은 프리랜스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는 니니칸가스 회장은 대회 기간에 늘 유쾌한 말과 몸짓으로 참석자들의 주목을 받았으며 이번 인터뷰에도 유쾌하게 응했다.


그는 ‘비판적 질문 던지기’가 저널리스트한테 매우 중요한 사명이자, 가치, 태도라고 강조했다. 그것은 과학을 향해 따지는 일방적인 게 아니라 저널리스트 자신한테도 향햐는 쌍방향적인 것이었다. 그의 얘기를 들으니, 그가 말하는 과학저널리스트의 비판적 사고는 △과학 담론이 사실인지 묻고 △대중이 과학 기사를 사회적 맥락에서 어떻게 받아들일지 성찰하며 △저널리스트 자신은 최선을 다해 충분히 취재했는지 되돌아보는 '태도의 문제'로 이해됐다. 그는 2015년 서울 대회에 대해 “(그동안 이 대회를 주로 개최한 서구문화권과는 다른 새로운 시도가 이뤄질 것으로 보여) 기대가 무척 크다”고 말했다. 아래는 인터뷰 내용을 다듬어 정리한 것이다.


인터뷰




00Q.jpg   오래 언론 활동을 하시면서 인터뷰도 숱하게 많이 하셨을 텐데, 이렇게 한국 기자들의 인터뷰 대상이 된 기분이 어떤신지.

00A.jpg “내가 인터뷰 하는 걸 좋아한다. 저명한 책을 출판한 과학자, 연구자들과 인터뷰할 때에는 사전에 많이 준비해 간다. 나를 잠시 소개하면 문화, 철학, 정보기술(IT) 잡지에서 편집장 경험을 오래 했다. 4개 대학에서 공부했고, 과학 저술가로 많이 활동했다. 내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개막연설 때에도 말했지만 호기심(curiosity)이다. 정부가 왜 이런저런 일을 하는지, 과학이 왜 이런저런 방식으로 진화하는지, 사회와 과학자사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호기심을 갖는 게 가장 중요한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연구과정에서 어떤 하나의 아이디어가 바로 결과물로 나타나는 게 아니라, 10년 뒤에야 결과물로 나타올 수도 있어서, 세세한 연구 내용들보다는 이런 과정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무엇이 일어나는지에 초점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인터뷰 하는 것도 좋아하고 받는 것도 좋은데, 내가 잘 아는 주제에 관해 인터뷰했으면 좋겠다. 내가 알고 있는 것과 관련이 없는 물음에는 할 말이 없을 것 같다.”


00Q.jpg   이번 세계과학저널리스트 회의를 보면서 눈에 띄는 점이 있다. 세션 기획자, 진행자, 발표자를 보니 프리랜스 과학 저널리스트가 꽤 많아 보인다. 프리랜서 비중이 높아 보인다. 한국에선 과학저널리스트 하면 주로 직업적 과학기자로 자주 이해되는데, 유럽이나 북미에서 프리랜서 비중이 어떤지 궁금하다.

00A.jpg  “전업(full-time) 과학저널리스트가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영국, 그리고 핀란드 등에서 줄어드는 추세이다. 핀란드 경우에도 전업 과학기자들이 해고돼 프리랜서로 채용되는 일도 종종 일어난다. 보통 과학저널리스트가 되는 데에는 두 가지 경로가 있다. 하나는 일반 기자직의 훈련을 받다가 과학저널리스트가 되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과학자였다가 과학저널리스트가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어느 나라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일반 기자들은 기자 훈련을 받으면서 정치, 경제, 스포츠 같은 관심사를 선택하는데, 과학도 그중 하나다. 핀란드 저널리스트 직능조합(Trade Union of Journalist)에도 연구원 일을 하다가 프리랜스 저널리스트가 된 분도 많고, 연구생활을 하다가 잡지, 라디오, 티비, 신문. 블로그, 인터넷매체의 프리랜서로 저널리즘 활동을 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이들에겐 공통점이 있는데 무언가 해보겠다는 열정만은 누구보다 더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이들이 특별히 과학 이슈에 초점을 맞추면서 일반 대중에 일상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이슈를 많이 다룬다. 내가 이번 대회에서도 강조했지만 비판적 질문 던지기(critical questioning)가 중요하다. 한국 황우석 전 교수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그것은 한국 과학저널리스트들이 이뤄낸 성과이자 비판적 사고의 결과물이라 생각한다. 과학에서도 비판적 사고를 지녀야 한다. 또 대중에 비판적 사고를 전달하는 게 중요하며, 또한 저널리스트 자신에게 비판적 사고를 적용하는 게 중요하다. 그게 과학저널리스트한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00Q.jpg   베사 니니칸가스 선생님 자신의 얘기를 듣고 싶다. 핀란드에서 어떻게 저널리스트 생활을 하셨는지, 자신의 사례를 들려주셨으면.

00A.jpg “나는 1969년에 대학에 입학했다. 44년 전이다. 문화학(Cultural Study)을 전공했고, 철학도 공부했고, 교육, 미술, 역사도 공부했다. 그리고 사회에 정보전달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다루는 정보전달 서비스에 관해서도 공부했다. 정보기술(IT)을 접목한 정보전달 서비스도 공부했다. 그런데 점점 관심사가 정보전달자에서 과학자로 변하는 걸 느꼈다. 30년 전에 박사학위 논문을 시작했는데 아직도 준비가 덜 됐다(웃음). 내가 쓰려는 박사 논문의 주제는 과학저널리즘의 문제와도 흡사한데, ‘과학의 경계는 어디인가’의 주제를 연구하는 논문이다.

 내가 과학의 경계에 관해 연구했는데, 예를 들면 인문학, 사회과학, 의학 등등, 이런 여러 과학 분야의 경계는 어디인가, 이들 사이에 소통은 어떻게 일어나는가를 연구했다. 예전에는 경계선이 벽처럼 뚜렷해 서로 다른 과학 분야 사이에 많은 소통과 정보전달이 없었다. 뚜렷한 경계선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 경계가 사라지고 있고 생각도 변하고 있다. 과학의 경계가 어떻게 무너지고 확장해 과학 분야들 사이에 어떻게 소통과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지를 박사 논문의 주제로 연구해왔다.

 그리고 17년 동안 핀란드에서 문화학과 관련한 잡지의 전업 편집장으로 일했다. 1985년에 편집장 일을 시작했는데 내가 편집장을 맡기 1년 전에 그 잡지가 창간됐다. 당시 문화학은 학문으로 자리 잡기 이전인데 이제는 과학 분야로도 진화해  과학 이슈를 많이 다룬다. 문화학은 자연, 인문, 사회 분야가 만나는 지점(meeting point)의 역할을 하는 학문이다. 흥미뤄웠다. 그 잡지는 대학에서 발간했으며 나는 대학에서 돈을 받고 일했다. 인문 연구를 하면서도, 또한 과학 연구로 확장했다.

 핀란드에서 과학은 티에데(Tiede)인데 그 어원은 티에타(Tieta)이다. 피란드 말로 ‘알다(to know)’는 뜻이다. 그래서 티에데, 즉 과학은 모든 학문 분야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영국·미국 문화권에서는 사이언스(science)가 자연과학의 의미에 한정되곤 하는데, 핀란드에서는 이와는 다르다. 스웨덴어도 같은 의미의 말과 어원을 갖고 있다. 세상 돌아가는 이치, 세상에 돌아가는 모든 정보를 안다는 그런 뜻을 담고 있다. 그래서 내가 문화학을 공부했지만 그 학문이 30-40가지 분야를 포괄하기에, 내가 핀란드에서 과학저널리스트가 될 수 있고 그런 직업으로 활동할 수 있었다. 물론 물리, 화학 전문 저널리스트로 일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화학, 물리도 공부는 했지만 대학에서 체계적으로 배운 것은 아니다. 물리, 화학 기사는 이해할 수 있지만, 그런 글을 쓰기에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나는 과학저널리스트이다.”


00Q.jpg   이번 세계과학저널리스트 회의의 주제가 “공론장에서 비판적 질문 던지기(Critical questioning in the public sphere)”이다. 세계의 과학저널리스트들이 한자리에 모여 왜 이런 공통 주제에 관해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

00A.jpg “사실 그 주제는 내가 직접 생각해낸 아이디어다. 당연히 논의해야 한다. 두 파트가 있다. 첫째는 비판적 질문 던지기이다. 과학저널리스트는 비판적이어야 한다. 비판적이라는 것은 ‘적절한 질문을 적절한 때에 던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전의 연맹 회장이던 팔라브 고시(Pallab Ghosh, 영국)가 즐겨 쓰던 말이 있는 데 ‘엉덩이를 걷어차는 저널리즘(kick-ass journalism)’이라고 있다. 이 뜻은 과학적 이해를 비판적 사고로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황 박사의 인간 복제배아 줄기세포와 관련해 무엇이 진실이고 아닌지를 비판적으로 사고하며 접근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어느날 한 과학자가 나타나 세상을 향해 인간 복제배아 줄기세포를 만드는 데 내가 성공했다고 말하자 떠들썩한 이슈가 됐다. 많은 저널리스트가 그걸 믿었고 많은 연구자들이 그걸 믿었다. 또 다른 많은 연구자들은 사실이 아닐 거라고 의심했다. 그런데 비판적 사고를 지닌 한국의 과학저널리스트들이 사실이 아님을 입증했다.
[한국 과학기자들이 입증했다기보다는 젊은 과학자들과 언론이 함께 이뤄낸 일이다.]

 맞다. 아무튼 그걸 먼저 보도한 기자는 특종을 얻은 것이고 비판적 사고로 접근한 결과 사실이 아니었다. 그래서 과학저널리스트가 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연구가 제대로 수행됐나, 배경도 조사해 보도하는 게 중요하다. 세상에 알려진 것을 그냥 받아들이지 않고, 필요하다면 세부내용까지 확인해 과연 이게 신빙성이 있는지 끊임없이 질문하고 사고하는 게 중요하다. 물론 인간 복제배아 줄기세포 논란은 늘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어쩌면 일생에 한번 일어날까 말까 하는 이슈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준비되어 있어야 하고, 비판적 질문 던지기는 늘 깨어 있어야 한다.
 다들 알듯이, 한스 안데르센 동화에 ‘벌거벗은 임금님’이 있다. 사람들이 모두 다 임금님한테 잘 보이려고 아무런 옷도 입지 않은 임금한테 너무 멋있는 옷을 입고 있다고 말한다. 국민 앞에서 벌거벗은 임금이 나오는데, 단 한 명 빼고 모두 다 너무 멋있다고 칭찬한다. 작은 여자아이가 모든 이를 침묵에 빠뜨리는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그런데 왜 임금님이 벌거벗었지?’ 우리가 모든 사실을 다 믿지 않는 것이, 비판적 질문을 던지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이 이야기가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아이처럼 질문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또 이 아이처럼 독립성(independence)을 지니는 게 중요하다.”


00Q.jpg   비판적 사고를 강조하셨지만, 실제 세션들에 참가해서 보면 내용이 날카롭지 않았고 평면적이라는 느낌도 받았다. 조금 전에 참가한 세션에서도 후쿠시마 위기 의식에 관해 다뤘는데, 몇 년 전에 들을 수 있는 내용을 되풀이한다는 느낌도 들었다. 그러면서 이렇게 저널리스트들만 보여서 얘기한다고 해서 풀리지 않는 문제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렇게 모여 논의하는 게 생산적인 것인지, 다른 방법을 고민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00vesa4.jpg » 프레스카드를 자랑스럽게 꺼내보이며 "나는 기자다"라고 말하는 베사 니니칸가스는 '비판적 질문 던지기'라는 과학저널리스트의 자세를 강조했다. 00A.jpg  “여기에는 과학자도 참석하고, 과학 관련 부처의 정치인도 참석하고 경제 부처 관계자도 참여한다. 지이(GE) 같은 민간기업도 존슨앤존슨 같은 의학 관련 업체도 참여한다. 우리가 그냥 그들의 확성기 역할을 하는 게 아니다. 우리는 저널리스트로서 독립성을 가져야 한다. 나는 기자이다. 사실 사회는 저널리스트한테 특별한 지위를 준다. 그래서 나의 아버지도 이런 지위를 선망하셔서 내가 기자가 되길 바라셨다. 우리에게 권력(power)을 준다. 그래서 우리는 책임을 늘 기억해야 한다.

 내가 월요일의 개막 연설에서 인간이라는 것은 경계 없는 생물이라고 말했다. 그런 인간이 공존하려면 도덕과 윤리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기자한테도 윤리강령(ethical code)이 있어야 한다. 우리가 언론윤리를 지킬 때에만 우리는 정보 전달자로서 특혜를 누릴 수 있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책임이 있는데, 알려지지 않은 사실, 감춰진 사실을 갖가지 매체를 통해서 대중에게 전달해야 한다는 책임을 지닌다. 언론의 자유도 있지만 언론의 한계도 있다. 그런 특혜와 책임, 한계를 종합하면, 우리는 늘 저널리스트로서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이번 대회의 주제로 돌아오면, “공론장에서 비판적 질문 던지기”, 우리는 비판적 질문을 던질 수 있는 특혜를 누리는 사람들이다. 일반 국민을 대변해서 그런 일을 한다. 부장이나 편집국장의 지시는 들어도, 그밖에 누구의 지시도 우리는 들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일반 기업의 말을 듣는 것도 아니고 일반 대중의 말에 좌지우지 당하지도 않는다. 특히 정부의 권력 행사에 굴복해서도 안 되고, 정부가 이런저런 것을 보도하지 말아달라 요청할 때에도 언론윤리는 우리가 그것을 보도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것이 가장 기본적인 관점이라고 생각한다.”

 

00Q.jpg   과학에서 공론장이란 무엇을 의미하는 건지.

00A.jpg   “전통적인 측면에서 공론장은 과학자한테만 접근이 허용된 닫힌 공간이었다. 그러나 과학은 이제 세상 곳곳에 퍼져 있고…, 이 작은 스마트폰에도 여러 과학이 들어 있다. 무선 정보교환과 관련한 과학도, 터치 스크린과 관련한 과학도 있다. 다른 식의 많은 과학이 일상생활 속에 있다. 과학이 대학의 연구실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아침에 회의 때문에 참석하지 못했는데, 후키넨 헬싱키대학 교수가 아침 연설을 하셨는데, 정상과학(normal science)에서 포스트-정상과학(post-normal science)으로 나아가는 전환에 관해 얘기했다. 대학이나 연구기관들 사이에 소통이 진행되지만 대중에게는 정보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게 정상과학이었다. 그러나 포스트-정상과학에서는 과학이 어디에나 있다. 한국에서 오셨으니 잘 아시겠지만, 과학은 사회 발전에서 기여도가 높았다고 볼 수 있다. 사회발전 프로젝트에서 과학이 파트너의 역할을 해온 셈이다. 단순히 지식이 솟아나는 원천인 것만은 아니다. 과학자는 엔지니어, 정치, 관료, 그리고 여러 기관들과 함께 협력해 무엇가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과학저널리즘은 이런 전환점에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과학은 연구실에만 있는 게 아니라 주변 여러 곳에서 찾을 수 있다는 사실 말이다. 이런 사실을 대중에게 전달할 수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 사회를 세우는 과정에는 과학적인 증거와 지식이 있음을 전달해야 한다.”


00Q.jpg   독립성 이야기를 많이 하셨는데, 이번 세계과학저널리스트 회의를 개최하는 데에도 정부와 연구소, 민간기업 등의 지원이 있었다. 선긋기는 어떻게 가능할까? 한국에서는 이런 경우에는 독립성 유지가 쉽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핀란드에서는 그런 선긋기의 사정은 어떤가?

00A.jpg  “중요한 질문이다. 핀란드는 개방적인 사회이다. 당연히 핀란드에는 언론 자유가 있고 정부가 저널리즘의 선을 넘지 않는 건 당연하다. 정부가 이번 대회 개최에 20만 유로를 지원했다. 과학기술 부처 안의 과학정책부에서 후원을 받았다. 과학기술 부처의 목적은 과학저널리즘의 역량을 강화하자는 것인데, 그렇다고 이번 대회를 어떻게 하라고 지시하지는 않는다. 어떻게 기사를 써달라고 지시하지도 않는다. 핀란드는 세계에서 가장 자유로운 언론 자유를 누리는 나라 중 하나이다. 물론 가끔 정치인이 기자들한테 전화를 해서 자신과 관련한 나쁜 기사를 이렇게저렇게 해달라 요청하는 그런 시도를 한다. 최근에 그런 사례가 하나 있었는데, 해당 신문사 보도국장은 우리에겐 언론 자유가 있기 때문에 우리가 당신을 감시하는 것은 우리 임무이다 하고 밝혔다. 각자 사회구성원으로서 자기 역할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자주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00Q.jpg   과학에 대해 비판적 질문을 던지고 일종의 감시자 역할을 하는 것이 저널리즘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런데 연구현장에서는 종종 이런 얘기를 듣기도 한다. 우리는 선의의 연구를 하고 있으며 인류를 위해 연구하는데, 언론은 왜 비판적이고 삐딱한 시선으로만 바라보려 하느냐 말하기도 하고, 또한 젊은 연구자들은 여러 어려움 속에서 밤낮없이 일하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격려해주는 게 우선이며 연구자들이 주체가 아니라 대상화 된다는 느낌은 불쾌하다, 이런 식의 얘기를 들을 수 있다. 비판적 사유는 저널리즘의 중요 덕목이라고 생각하는데 현장 연구자들의 생활을 보면 항상 비판적 사고를 하면서 들여다보는 건 부담 되는 일 같은데 어떻게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생각하시나?

00A.jpg  “좋은 질문이다. 서로 각자의 역할을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연구자나 저널리스트나 모두 다 인류 발전을 위해 일하고 있는 게 맞다. 저널리스트가 비판적 사고를 한답시고 무작정 못 믿겠다, 감추는 거 없느냐며 따지는 것은 옳지도 않고 제대로 된 저널리스트 행동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저널리즘 역할을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 사실 과학저널리즘의 대부분은 과학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보도하는 것이다. 일반인이 이해하기 쉽게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그러면서 정보 전달을 하는 과정에서 저널리스트 자신에게도 비판적으로 질문해야 한다. 내가 제대로 이해했는가. 그래서 쌍방향의 비판적 질문 던지기가 필요한 것이다.

 과학저널리즘 보도의 99.9%는 아마도 연구자들이 어떻게 일하며 무슨 일을 하는지 알려주는 경우라고 생각한다. 좀 더 넓은 의미로 말하면, 그런 과학 보도의 이야기가 사회 프레임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확장해서 해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연구자의 발견이 대중에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대중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등등을 살피는 것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기후변화와 관련해 얘기해면, 핀란드 남부에서는 지난해 매우 길고도 추운 겨울이 왔다. 과학저널리스트로서 이런 추운 겨울이 기후변화와 관련이 있는지를 다룰 수 있다. 비판적으로 사고한다면, 이것을 한 명의 연구자한테 물어보는 게 아니라, 또 다른 연구자, 또 다른 연구자에 물어보면서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긴 겨울과 기후변화의 연관성에 약간 비판적인 태도를 지닌 연구자와 대화를 해보는 것도 중요하다. 그것도 비판적 사고의 하나이다.

 연구자를 따지듯이 바라보는 것이 비판적 사고는 아니다. 저널리스트가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해 배경을 조사하고 연구 자료를 살피고, 기사 결과가 어떻게 해석되느냐도 생각하고, 어떤 프레임에 담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 기후변화의 프레임으로 기사를 쓰려고 했는데 여러 연구자들과 인터뷰를 하고나니 아무도 내가 처음에 생각했던 프레임에 동의하지 않는 걸 알았을 때에는 기사의 방향을 달리 잡아야 할 수도 있다.

 비판적 사고, 비판적 질문 던지기는 아주 추상적인 개념인 것은 맞다. 그건 태도라고 생각한다. 가장 핵심적인 가치이다. 세상에 일어나는 일을 제대로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발견한 해답을 믿는 것도 중요하다. 또한 기사를 쓰는 과정에서 새로운 질문을 하게 되고, 내가 찾은 해답에 대해 또다른 질문이 생겨날 수도 있다. 그러면 또다른 기사가 탄생하게 될 것이다. 비판적 사고를 너무 표면적인 내용으로만 받아들이지 말고, 태도의 하나라고 받아들이면 좋겠다.”


00Q.jpg   독립성과 관련해선 사실 정부보다는 기업이 요즘에는 더 큰 문제이다. 그렇다면, 예를 들어 핀란드에서 노키아와 관련한 환경 문제에 의혹이 생긴다면 핀란드 기자들은 어떻게 파헤칠까?

00A.jpg  “과학저널리스트들한테 큰 과제이기도 하고 넘어야 할 장애물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든 경우를 생각하면, 노키아가 대답을 하지 않으면 저널리스트는 계속 파고들어야 한다. 무언가 얘기해줄 새로운 정보원, 취재원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 기업 공보실에서 그런 일은 없다고 말을 하더라도, 의심스럽고 짚이는 게 있다면, 계속 파길 바란다. 첫 번째 취재원을 믿지 말고 때로는 다른 사람, 또 다른 사람을 취재해야 한다. 어떤 경우에는 100명의 취재원이 필요할 수도 있다.……” (인터뷰 당시에 현지 언론에 보도된 한 기업의 사례를 자세하게 설명했으나, 여기에서는 생략합니다)


00Q.jpg   2015년에 서울에서 제9차 세계과학저널리스트 회의가 열린다. 서울 대회에 거는 기대는 무엇인가?

00A.jpg  “기대가 무척 크다. 연맹이 생긴 이래 아시아 지역에서는 사실상 처음 열리는 대회이다. 1992년에 일본에서 첫 대회가 열리기는 했지만 정식 연맹 조직은 나중에 설립됐기 때문이다. 심재억 회장(한국과학기자협회장)이 얘기했다시피, 우리는 10년 단위로 발전을 해왔고 성장했다. 이제 우리는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때가 됐다. 그가 얘기했듯이 한국사람들한테는 뭔가 하려면 빠른 시간 안에 이루기를 원하는 문화가 있는 것 같다. 세상을 바꾸려는 포부도 큰 듯하다. 그러나 우리는 좀 느리다. 결정은 빨리 하더라도 결과는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 단계씩 인내심을 갖고서 준비해야 한다.

 서울 대회도 과학저널리즘에 초점을 맞추길 바란다는 게 연맹 이사회의 의견이었다. 그러면서도 과학저널리즘의 새로운 영역을 확장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새로운 슬로건을 제시해도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우리가 과학저널리스트다’라는 것을 증명하는 차례라고 생각한다. 자부심과 사명감을 가지시길 바란다. 이런 자부심을 세계 각국의 과학저널리스트들과 공유하시기를 바란다. 서울 대회의 성공적 개최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한국의 가장 좋은 면을 세계 각국에 알려주시길 바란다. 개발도상국 과학저널리스트들의 참여를 지원하는 공약을 내세웠는데, 꼭 이행되기를 바란다.”


00Q.jpg   아까 프레스카드를 보여주셨는데, 현재 선생님은 프리랜서이신데 이것은 누가 발급해주는가? 핀란드에선 저널리스트 공인기관이 따로 있는지.

00A.jpg  “전업 저널리스트이건 프리랜스 저널리스트이건 저널리스트직능조합(Trade Uinon of Journalists)에 가입할 수 있다. 저널리스트 직업을 보호해주는 조합이다. [노동조합(Labor Union)인가?] 그렇다. 거기에서 프레스카드를 발급해준다.”



[글·사진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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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의 세계 과학저널리스트 회의(WCSJ) 참가와 베사 니니칸가스 연맹(WFSJ) 전 회장의 인터뷰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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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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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학적 모형 분석 논문 ‘눈길’세포간 경쟁과 선택, 노화와 암의 ‘딜레마’ 같은 상호관계 다뤄‘노화는 불가피하다. 논리적으로도, 이론적으로도, 수학적으로도 노화를 멈추는 것은 불가능하다.’노화를 일정 정도 늦출 순 있어도 멈출 순 없다는 ...

  • 염기 하나만 바꾸는 단일염기 수정기법의 '확장'염기 하나만 바꾸는 단일염기 수정기법의 '확장'

    뉴스오철우 | 2017. 10. 26

    시토신-구아닌 쌍을 티민-아데닌 쌍으로 ‘점 수정’ 이어아데닌-티민 쌍을 구아닌-시토닌 쌍으로 수정기법 개발하버드대학 리우 교수와 MIT 펑 장 교수 각각 성과 발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법의 기본 원리를 이용하되 디엔에이(DNA) 두 가닥을 ...

  • ‘과학기술이 경제발전 도구일 뿐?’ 헌법 조문 개정 목소리‘과학기술이 경제발전 도구일 뿐?’ 헌법 조문 개정 목소리

    뉴스오철우 | 2017. 10. 26

    브릭(BRIC) 설문에 2280명 응답…“조문 개정 필요” 의견 많아ESC 단체, 국회 개헌특위 자문위에 관련 조문 개정 의견 전달 대한민국 헌법에는 국가 과학기술 정책의 기조를 보여주는 관련 조문이 담겨 있다. ‘경제’를 다루는 제9장의 제127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