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제출 며칠만에 게재승인’ 화 불렀나

  취 재 수 첩  

세계 이목 쏠린 복제배아줄기세포 논문게재 서두른 셈

사진 중복게재 등 문제제기.."허술한 심사 체제 드러내"


00cell1.jpg » 그림1. 출처/ Cell


국 시각으로 지난 밤 사이에 일이 숨가쁘게 전개되었습니다.

5월15일 과학저널 <셀(Cell)>에 피부세포를 이용해 인간 복제배아 줄기세포를 확립한 성과를 발표해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미국 오리건 보건과학대학 슈크라트 미탈리포프(Shoukhrat Mitalipov) 교수 연구팀의 연구논문에 중요한 문제가 발견됐다는 주장이 제기되었기 때문입니다. 발표된 논문에 대해 비평하는 연구자들의 전문 사이트인 '퍼브피어(PubPeer)'에 누군가 익명의 개인이 이 논문에 사용된 사진과 그래프가 중복 게재되거나 잘못 사용되었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자, 이런 내용이 트위터로 퍼졌고 이내 논문 부정 감시매체인 <리트랙션 워치>를 비롯해 과학 매체들에도 이런 소식이 실리기 시작했습니다. 이어 과학저널 <네이처>는 논문의 교신저자인 미탈리포프 교수를 인터뷰 한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습니다. 현재 셀 출판사 쪽은 제기된 의혹을 중심으로 이 논문에 대해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교신저자 미탈리포프 교수는 <네이처> 인터뷰에서 논문의 일부 사진이 잘못 실린 점을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이런 실수가 의도적인 조작이 아니라 단순한 실수 또는 오류였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과학저널 <사이언스> 뉴스의 인터뷰에서도 "우리는 (복제배아 줄기세포의) 세포주를 가지고 있다"며 단순 실수가 확대 해석되는 것을 거듭 경계했습니다.


오늘 아침에 보니 <리트랙션 워치>에는 셀 출판사(Cell Press) 대변인의 발언이 더 보도되었네요.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이어서 결론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셀 프레스 대변인은 이 논문에 "저자들에 의한 일부 작은 오류들(minor errors)"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하면서도 지금 볼 때에는 그런 오류들이 논문의 주요한 연구성과와 결론을 부정할 정도는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거대 학술의 논문심사체제 허술함 드러낸 개인


논문에 오류가 있음은 확인되고 있고, 이제 쟁점은 그 오류가 의도적인 것인지, 단순한 착오인지 판가름하는 데로 쏠립니다. 하지만 그런 저자들의 연구진실성에 대한 조사 내용과는 별개로, 당장에 더 주목되는 쟁점이 생겼습니다. 그것은 엄정한 논문심사 체제를 갖춰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셀>의 사전 논문심사 체제가 논문 출판 이후에 익명의 개인에 의해 그 허술함을 고스란히 노출했다는 점일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생명과학 분야에서 최고의 명성과 권위를 갖춘 <셀>의 '사전 심사' 체제는 이번 사건에서 한 개인의 '사후 심사'에 굴욕을 당한 셈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특히나 문제가 된 논문이 통상적으로는 상당 기간을 거치게 마련인 논문심사 과정과 달리 논문을 제출한 지 사나흘 만에 게재 승인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속성 논문 심사가 비판의 도마에 올랐습니다. 자신의 연구활동에도 바쁠 심사자한테 주어진 '최대 사나흘의 심사'는 과연 어떤 식으로 이뤄졌을까? 대체 왜 이런 성급한 심사를 진행했을까? 그래서 허술한 또는 이례적인 논문심사 진행 과정이 이번 사태를 불러왔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셀 쪽에서도 할 말은 있습니다. 셀 프레스의 대변인은 <리트랙션 워치> 보도에서, 논문 심사의 엄밀성은 심사 기간의 길고 짧음과는 무관하며, 이번 논문은 중요성에 비추어 다른 논문들에 앞서 우선 심사하다보니 신속하게 게재 승인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이라는 취지로 해명했습니다. 해명에 논리적인 비약은 없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사실, 심사 기간을 더 늘렸다고 해서, 오류들이 '반드시' 교정됐을 것이라고 '확실하게' 장담할 수는 없을 테니까요.


하지만 이런 해명이 설득력을 잃게 만드는 몇 가지 배경 상황들이 있습니다. 이미 이른바 '황우석 스캔들'로 불리는 사태를 겪으며 세계 과학계는 쓰라린 경험과 충격을 겪은 바 있습니다. 한때 줄기세포 분야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던 논문이 결국에는 철회되는 경험을 했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논문에 실린 사진이 문제의 발단이 되면서 당시의 악몽을 떠올리는 성급한 전망들이 나올 정도입니다. 그러니, 결과적으로 생각할 때, 이런 점들에 대해 학술저널 편집진은 좀 더 신중했어야 하지 않았느냐 하는 지적이 뒤따를 것입니다.


게다가 인간 복제배아 줄기세포의 연구성과에는 더 신중해야 할 이유가 있습니다. 인간의 복제배아를 만드는 것은 넘기 힘든 벽이라고 인식되어 왔습니다. 그러니 넘기 힘들다는 벽을 넘은 연구성과는 놀라운 것이기도 하지만 좀 더 꼼꼼하게 따져봐야 하는 대상이 되었어야 했습니다. 획기적인 성과이기에 서둘러 심사 과정을 단축했다면 신중하고 엄밀한 셀의 평소 이미지와는 다른 것입니다. <셀> 사이트의 해당 논문 게시판에 한 독자 연구자는 "그런 오류는 흔한 게 아니다"라며 "신속 논문심사를 거쳐 오류들이 통과되었다는 사실은 논문심사가 일반 논문 원고에 적용되는 정도로 철저하게 이뤄지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증거"라는 의견을 올렸습니다.


이런 점에서 이번 일은 논문의 문제들이 단순 착오로 해명되더라도, 결국에 허점을 지닌 논문의 출판물을 발행한 <셀>로서는 책임을 다 면하기 어려울 듯합니다. 저자와 논문에 제기된 의혹에 대해 충분하고 설득력 있는 조사결과를 내놓아야 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셀의 이번 논문심사 체제에 대한 솔직한 해명도 뒤따라야 할 사안으로 여겨집니다.



출판된 논문의 검증, 비평, 토론


한편으로는, 이번 일을 지켜보면서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연구논문의 건수가 날로 늘어나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학술저널들이 많아지는 시대에, 학술저널들이 행하는 논문의 '사전 심사' 체제 외에, 이처럼 현장 연구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출판 이후 논문 비평과 검증, 토론이 자발적으로 활발하게 이뤄지는 장이 더 넓어진다면 연구문화와 과학 발전에 기여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 문제의 사진·그래프는?



퍼브피어 사이트(PubPeer.com)의 게시판에서 익명의 연구자가 지적한 논문의 네 가지 문제는 다음과 같다.


-논문의 Fig.2F(그림1의 오른쪽)은 Fig.6D(그림2)의 왼쪽 위 이미지를 잘라 쓴 것이다(다른 내용에 동일 사진을 썼다는 의미).

-논문의 Fig.6D(그림2)의 오른쪽 위는 논문 부록(supplementary)의 Figs5(그림3)을 잘라 쓴 것이다(다른 내용에 동일 사진을 썼다는 의미).

-논문 부록의 Figure S6(그림4)에서 맨위쪽의 가운데와 오른쪽 그래프가 동일하다, 등

00cell1.jpg » 그림1. 출처/ Cell

00cell2.jpg » 그림2. 출처/ Cell

00cell3.jpg » 그림3. 출처/ Cell 00Cell4.jpg » 그림4. 출처/ C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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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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