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핵 모양도 가지가지, 불룩한 서양배 모양 관측

국제연구팀, 가속기에서 무거운 라듐-라돈 동위원소의 비대칭 형태 세밀 관측





nucleus.jpg » 그림 위는 최근에 일본-미국 연구팀이 게르마늄 동위원소 핵에서 관찰한 럭비공 모양의 원자핵 모양('피지컬 리뷰 시(C)' 게재), 아래는 이번에 '네이처'에 보고된 비대칭 서양배 모양의 라듐, 라돈 동위원소 핵의 모양. 출처/ Nature, http://physics.aps.org/synopsis-for/10.1103/PhysRevC.87.041304

자의 중심인 원자핵은 모양도 가지가지다. 흔히 교과서에 등장하는 원자핵은 구형이나 타원형이지만, 실제 원자의 세계에선 때때로 기묘한 모양도 연출된다. 원자핵의 다양한 모양은 오래 전부터 알려져 있었으나, 최근 핵의 모양을 추적하는 세밀한 관측 연구가 진행되면서 다양한 모양이 좀 더 자세하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 영국 리버풀대학 피터 버틀러(Peter Butler) 교수 등 국제연구팀은 라듐과 라돈 동위원소의 핵이 한쪽이 불룩한 비대칭의 서양배 모양(그림)을 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됐다는 연구 결과를 과학저널 <네이처>에 표지 논문으로 발표했다. 연구팀은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소형 가속기 장치에서 방사성의 라돈 동위원소(라돈-220)와 라듐 동위원소(라듐-224)의 핵을 가속하다가 니켈 등 다른 핵들과 부딛히게 했다. 서로 밀치는 힘 때문에 실제 충돌하지는 않은 채 비켜가면서 라돈과 라듐 동위원소 핵은 들뜬 에너지 상태가 됐다가 감마선을 방출하며 이전 에너지 상태로 돌아갔다. 이때 감마선의 패턴을 분석하면 감마선을 방출한 핵의 모양을 추적할 수 있다.


이 연구에 참여하지는 않은 김영덕 세종대 교수(물리학)는 “방출된 감마선을 정밀 측정하면 핵이 어떻게 회전하는지, 모양은 어떤지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며 “핵 모양으로는 구형과 타원형 외에 럭비공, 호박, 도너츠, 서양배 모양처럼 다양한 것들이 제시되고 일부는 관측됐는데, 이번에 관측된 서양배 모양 핵은 비대칭이라는 점에서 더 중요하게 받아들여진다”고 말했다.


원자핵 모양은 왜 중요할까? 김 교수는 “우주 만물의 기본 힘 가운데 하나로 중성자·양성자가 서로 붙들어 핵을 이루는 힘인 강한 상호작용(핵력)은 아직 이론적으로 정확하게 기술되지 못하고 있다”며 “핵력의 성질을 더 정교하게 이해하는 데 핵 모양 연구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지금 우주의 물질과 반물질 분포를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도움말: 김영덕 세종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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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핵 모형은 흔히 오렌지 같은 구체이거나 서양수박 같은 타원체였는데, 이번처럼 한쪽이 볼록한 배 모양의 비대칭 구조는 처음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서양배 모양의 비대칭 구조로 처음 발견되었다고 얘기하는 것은 좀 무리가 있다고 봅니다. 이 논문에서도 이야기하고 있듯이 20년 전에 다른 핵에서 비슷한 결과가 보고된 것도 있어서 처음으로 자세하게 연구되었다고 말하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럭비공 모양, 호박 모양, 도너츠 모양 등 구형 아닌 새로운 모양은 다 중요하지요. 새로운 형태의 핵이니까요. 이번에 연구된 핵은 비대칭이라는 점이 조금 더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 기형으로 보면 도너츠 모양의 핵이 더 흥미롭겠지요.”


원자핵 모양이 왜 중요한 관심사가 되는지 그게 좀 궁금합니다.

“자연계의 네 가지 힘 중에서 쿨롱힘과 중력은 정확하게 거리 제곱에 반비례합니다. 핵력은 일반적으로 거리 제곱에 반비례하지 않습니다. 훨씬 복잡해 핵자의 스핀에 의존하기도 하고, 핵자의 속력에도 의존합니다. 가장 낮은 상태의 핵 모양이 구형이 아닌 럭비공 모양이 되거나 서양배 모양이 될 수 있는 이유는 이런 복잡한 핵력의 성질 때문이고, 형태(morphology)를 연구함으로써 핵력의 성질을 연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직도 핵력은 정확하게 이론적으로 기술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기형은 항상 유지되는 것인지, 에너지 상태에 따라 일시적으로 존재하며 변화하는 것인지도 궁금합니다.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어떤 기형들은 순간적으로 아주 짧은 시간 존재하고, 영구적으로 존재하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무거운 핵들은 완전한 구형은 아닙니다."


국제 공동연구에 참여한 미국 대학 쪽의 보도자료를 보면 이번 발견이 물질과 반물질의 비대칭을 해석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평했습니다. 그런 평가가 적절한지요, 그리고 어떤 점에서 그런지요?

“이번 발견만으로는 물질-반물질 비대칭을 해석하는 데 기여할 수는 없겠지요. 기여할 가능성을 높였다고 하는게 맞다고 봅니다.  입자의 전기쌍극자모멘트 측정의 실험 민감도를 높일 수 있는 가능성을 보였다는 정도이겠습니다.”


이런 발견물의 측정 과정을 조금 설명해주실 수는 있는지요.

“핵의 스핀이라는 물리량이 있는데 (얼마나 빨리 회전하느냐 하는 양에 해당) 스핀이 다른 상태에서 방출되는 감마선을 정밀 측정해서 핵이 어떤 모양으로 회전하고 있는가 하는 정보를 얻어낼 수 있습니다. 어려운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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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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